"어제의 전문성이 오늘 무력해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AI가 산업의 문법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기업의 HR 리더도, 교육과 정책을 설계하는 분들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우리는 업스테이지의 기술 조직을 이끄는 이활석 CTO를 만나 'AI Native 인재의 조건'을 물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의 답은, 어떤 특정 기술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하지 않습니다. 사회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텐데, 지금 꼭 필요해 보이는 기술이 실제로는 곧 필요 없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어떤 스킬이 살아남고 어떤 스킬이 사라질지 정확히 맞히는 일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무엇을 아는지가 아니라, 주어진 문제의 풀이법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 해결하는가. 이 역량은 C레벨부터 신입까지, 개발자든 비개발자든 가리지 않고 계속 요구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Ultra-Fast Learner라고 부릅니다.
— 마침 세계경제포럼(WEF)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는 2030년까지 한 사람이 가진 스킬의 약 39%가 변형되거나 쓸모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죠.
네, 그 숫자가 현장의 체감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같은 보고서가 꼽은 핵심 역량의 상위권을 보면, 특정 기술이 아니라 '분석적 사고'와 '회복탄력성·유연성·민첩성'이 올라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아는가보다, 변화에 어떻게 올라타는가가 먼저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 흐름이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AI Native 인재의 조건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다시 배우느냐'입니다."
"모르는 채로 일단 흐름을 짜 보는 경험, 그 자체가 자산입니다"
— Ultra-Fast Learner는 결국 '머리 좋은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Ultra-Fast Learner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영역 앞에서 멈추지 않는 사람입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르는 채로 일단 흐름(flow)을 짜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려본 뒤, 빠르게 익혀 다음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죠.
실제로 저희는 구성원들이, 그리고 AI를 쓸 때도 끊임없이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스스로 흐름을 짜고 결정을 내려보는 경험 그 자체가, 저는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의 총량이 결국 가장 빨리 정답에 가까워지는 사람을 만듭니다.
— "AI를 잘 쓴다"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일까요?
그렇습니다. AI를 써야 하는 상황은 이미 확실합니다. 그럼 '잘' 써야 하는데, 잘 쓰는 게 뭐냐고 물으면 결국 답은 하나로 모입니다. 많이 써보고, 많이 고민하는 사람이 결국 정답에 가까워집니다. 다들 모를 때는, 더 많이 부딪혀 본 사람이 이깁니다.
여기에 제가 꼭 덧붙이는 기본기가 하나 있습니다. 집요함입니다. 결과가 한 번에 잘 나오지 않았을 때,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이죠. 같은 도구를 쥐여줘도, 집요한 사람은 몇 배의 결과를 냅니다.
—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객관적 근거가 있을까요?
학계의 결론도 같은 방향입니다. 조직심리학 분야의 한 메타분석(De Meuse, 2019)은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 리더의 성과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임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인재 컨설팅 기업 콘페리(Korn Ferry)도 이를 "임원 성공의 단일 최고 예측변수"라고 표현하고요. 제 경험과 데이터가 같은 곳을 가리킬 때, 저는 확신을 갖습니다.
"빨리 배우는 능력은, 자기 삶을 쥔 사람에게서만 지속됩니다"
— 여기까지면 결론이 난 것 같은데, 두 번째 조건이 있다고요.
네. 사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빠르게 배우는 능력은 그 자체로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하거든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예전과 같은 양의 성장통이 더 짧은 시간에 더 밀도 있게 몰려옵니다. 겪는 아픔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그게 압축되어 오는 겁니다.
— 실제로 국내 조사에서도 직장인 10명 중 약 7명(69%)이 번아웃을 경험했고, 첫 번째 원인이 '과도한 업무량'이었습니다(잡코리아, 2024).
빠르게 배우는 사람일수록 그 압력에 더 자주 노출됩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 조건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능력, 그리고 자기 삶을 오너십 있게 사는 태도를 봅니다. 이 다이내믹함 자체를 싫어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는지가, 멀리 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릅니다.
— 자칫 "더 열심히 갈아 넣으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제가 본 바로는, 오래도록 빠르게 배우는 사람은 예외 없이 자기 삶의 속도를 스스로 쥐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확실한 취향이 있고, 일과 무관한 자기만의 취미가 있는 사람. 다시 말해 회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빠른 학습이 엔진이라면, 삶의 오너십은 그 엔진이 타버리지 않게 하는 냉각 장치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오래 달릴 수 없습니다.
"확실한 취향과 취미가 있는 사람이, 결국 스트레스 매니징이 되는 사람입니다.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무엇을 아는 사람'을 뽑고 있습니까?"
— 인재를 고민하는 HR 리더와 정책 결정자분들께 정리해 주신다면요.
두 조건은 사실 하나입니다. 오랜 기간 빠르게 배워나갈 수 있는 사람은, 곧 자기 삶을 다스리며 스트레스를 관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속도(Ultra-Fast Learner)와 지속가능성(삶의 오너십)은 분리된 두 역량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 함께 가는 하나의 조건입니다. 업스테이지가 인재를 보고 또 길러내는 방식의 출발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아는 사람'을 뽑고 있습니까, 아니면 '계속해서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10년의 조직을 가를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인재들이 모인 조직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 기획자와 개발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AI Native 조직의 조건'에 대해 이활석 CTO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AI 시대의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지 고민이라면, 업스테이지 교육팀과 이야기 나눠보세요.
출처
- World Economic Forum, Future of Jobs Report 2025, 2025. 1. (weforum.org) — 2030년까지 근로자 스킬의 약 39% 변형·소멸 전망, 핵심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와 '회복탄력성·유연성·민첩성' 제시
- Kenneth P. De Meuse, "A Meta-Analysi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Learning Agility and Leader Success," Journal of Organizational Psychology, 19(1), 2019. (articlegateway.com) / Korn Ferry, "Learning agility as the single best predictor of executive success." (kornferry.com) — 학습 민첩성과 리더 성과의 강한 상관관계
- 잡코리아, 「직장인 번아웃 증후군 설문조사」, 2024. (디지털투데이 2024. 6. 12. 보도, digitaltoday.co.kr) — 직장인 응답자의 69%가 번아웃 경험, 주요 원인 1위 '과도한 업무량'
본 콘텐츠는 업스테이지 이활석 CTO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인용된 통계·연구 수치는 각 발행 기관의 원문 기준입니다.


